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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풀이처방] 도인

요즘 우리나라에 갑자기 도인 열풍이 불었다. 도인·법사 등 만화책에서나 볼 법한 인물들이 느닷없이 정치판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다. 긴 수염을 기르고 산속에서 구름을 타고 다닐 줄 알았던 사람들이 권력층 근처에 어슬렁거리는 것을 보면서 세간의 여론이 분분하다. 그래서 가톨릭 사제 입장에서 도인론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한다.   가톨릭 신부가 어떻게 도인을 아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가톨릭교회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도인처럼 사는 분들이 많았다. 세상을 멀리하고 사막 같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악한 영들과 평생 사투를 벌인 분들의 이야기는 가톨릭교회사에 오래전부터 기록되어 왔다. 이분들의 여러 가지 특질을 통해 참 도인과 가짜 도인을 식별해 보겠다.   참 도인과 가짜 도인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지향하는 욕구가 다르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사람의 욕구에 위계가 있다고 하였다. 간단하게 상위 욕구와 하위 욕구로 구분하는데, 하위 욕구란 소유욕을 근간으로 하는 물질에 대한 욕구를 말한다.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옷 등에 대한 욕구와 권력에 대한 욕구, 자기를 드러내고 싶은 욕구는 하위 욕구다. 상위 욕구는 물질적인 차원을 넘어선 존재론적인 욕구로, 삶의 의미, 인간 사회의 존재성에 대해 탐구하려는 욕구이다.   상위 욕구 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속세에 무심하다. 가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무소유가 아니라 아예 관심이 없는 상태로 산다. 수도자의 삶을 사는 데 방해가 되는 것들, 신경 쓰이게 하는 것들을 다 치워버리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단출하게 산다. 마음을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것들은 다 유혹이라 생각해서 아예 근처에도 못 오게 하려고 사람들이 오기 어려운 사막에서 수행한 수도자들이 부지기수이고, 심지어 사막의 바위기둥 위에서 수행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들은 하나같이 세상 것들에서는 비린내가 난다고 말한다.   반면 가짜 도인들은 하위 욕구를 추구한다. 소유물에 대한 집착과 신분 상승 욕구가 강해서 하이에나처럼 권력층 근처에서 어슬렁거린다. 빈약한 정신세계를 은폐하기 위해 요란하게 차려입고 사람들을 현혹하는 자들도 많다. 속 빈 강정이고 가짜 도인들이다.   정서적으로도 문제가 많다. 이들은 가난의 영성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래서 남루한 차림으로 가난을 연출하여 사람들의 눈을 속이고 주목받고 싶어 하기도 한다. 가짜 도인은 인정받고 싶은 욕구 때문에 영적 연출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별것 아닌 작은 이적을 자신의 큰 영험한 능력인 것처럼 사기 치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이런 여러 가지 속임수로 자신을 이상화하고 심지어 신격화하기도 한다.   참 도인과 가짜 간의 또 하나의 차이점은 겸손이다. 겸손의 어원은 라틴어로 ‘HUMUS’, 즉 땅이다. 사람들이 밟고 다녀도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땅인데 참 도인은 땅과 같다. 그래서 세간의 입방아에도 흔들림이 없을 뿐만 아니라 아예 관심이 없다. 이들은 익은 벼처럼 고개 숙이고, 공부하고, 성찰하면서 자신이 덜된 자, 무지한 자임을 부끄러워하며 산다.   이에 반해 가짜 도인은 요란한 빈 수레 같다. 이들은 자기 무지를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이 무엇을 보았노라 주장하고 모든 것을 다 아는 양 잘난 체하며 심지어 스스로 영험하다 자랑한다. 참고로 이들이 본 것들은 대부분 신경증적 망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허상을 좇다가 망상으로 변질한 것이다. 그런데 그런 망상이 마치 예언이나 점괘인 양 이야기하며 사람들을 현혹한다.   자기 내면을 탐색하지 않으면 내면이 썩어들어 간다. 가짜 도인은 마치 포장을 잘하였지만 속은 썩은 생선 같아서 언행에서 썩은 내가 진동한다. 참 도인은 내면이 생명수다. 그들이 하는 말은 사람들에게 생명을 준다. 가짜 도인은 내면이 썩은 물이다. 그들이 하는 말은 사람들을 병들게 한다. 가짜 도인은 심리적으로 빈곤한 사람들, 심각한 결핍 욕구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에게 도인이란 자리는 도를 닦는 자리가 아니라 생존수단이기에 속임수를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참 도인들은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들이다. 가짜 도인들은 부끄러움을 모른다. 참 도인들은 다른 사람들을 부끄럽게 하는 사람들이다. 가짜 도인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사람들이다. 참 도인들은 자신이 속물이라고 한다. 가짜 도인들은 자신이 천상계 사람이라고 한다.   가짜 도인들이 설치는 것은 사람들이 허상을 좇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의식이 깨어나지 않으면 가짜 도인들이 세상을 주물럭거리는 시대가 될 것이다. 홍성남 /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속풀이처방 도인 가짜 가짜 도인들 하위 욕구로 상위 욕구

2022-02-20

[시론] 정치판에 등장한 도인들

요즘 갑자기 도인 열풍이 불었다. 도인·법사 등 만화책에서나 볼 법한 인물들이 느닷없이 정치판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다. 긴 수염을 기르고 산속에서 구름을 타고 다닐 줄 알았던 사람들이 권력층 근처에 어슬렁거리는 것을 보면서 세간의 여론이 분분하다. 그래서 가톨릭 사제 입장에서 도인론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한다.   가톨릭 신부가 어떻게 도인을 아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가톨릭교회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도인처럼 사는 분들이 많았다. 세상을 멀리하고 사막 같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악한 영들과 평생 사투를 벌인 분들의 이야기는 가톨릭교회사에 오래전부터 기록되어 왔다. 이분들의 여러 가지 특질을 통해 참 도인과 가짜 도인을 식별해 보겠다.   참 도인과 가짜 도인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지향하는 욕구가 다르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사람의 욕구에 위계가 있다고 하였다. 간단하게 상위 욕구와 하위 욕구로 구분하는데, 하위 욕구란 소유욕을 근간으로 하는 물질에 대한 욕구를 말한다.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옷 등에 대한 욕구와 권력에 대한 욕구, 자기를 드러내고 싶은 욕구는 하위 욕구다. 상위 욕구는 물질적인 차원을 넘어선 존재론적인 욕구로, 삶의 의미, 인간 사회의 존재성에 대해 탐구하려는 욕구이다.    상위 욕구 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속세에 무심하다. 가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무소유가 아니라 아예 관심이 없는 상태로 산다. 수도자의 삶을 사는 데 방해가 되는 것들, 신경 쓰이게 하는 것들을 다 치워버리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단출하게 산다. 마음을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것들은 다 유혹이라 생각해서 아예 근처에도 못 오게 하려고 사람들이 오기 어려운 사막에서 수행한 수도자들이 부지기수이다.     반면 가짜 도인들은 하위 욕구를 추구한다. 소유물에 대한 집착과 신분 상승 욕구가 강해서 하이에나처럼 권력층 근처에서 어슬렁거린다.     정서적으로도 문제가 많다. 이들은 가난의 영성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래서 남루한 차림으로 가난을 연출하여 사람들의 눈을 속이고 주목받고 싶어 하기도 한다. 가짜 도인은 인정받고 싶은 욕구 때문에 영적 연출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별것 아닌 작은 이적을 자신의 큰 영험한 능력인 것처럼 사기 치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이런 여러 가지 속임수로 자신을 이상화하고 심지어 신격화하기도 한다.   참 도인과 가짜 간의 또 하나의 차이점은 겸손이다. 겸손의 어원은 라틴어로 ‘HUMUS’, 즉 땅이다. 사람들이 밟고 다녀도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땅인데 참 도인은 땅과 같다. 그래서 세간의 입방아에도 흔들림이 없을 뿐만 아니라 아예 관심이 없다. 이들은 익은 벼처럼 고개 숙이고, 공부하고, 성찰하면서 자신이 덜된 자, 무지한 자임을 부끄러워하며 산다.   이에 반해 가짜 도인은 요란한 빈 수레 같다. 이들은 자기 무지를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이 무엇을 보았노라 주장하고 모든 것을 다 아는 양 잘난 체하며 심지어 스스로 영험하다 자랑한다. 참고로 이들이 본 것들은 대부분 신경증적 망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허상을 좇다가 망상으로 변질한 것이다. 그런데 그런 망상이 마치 예언이나 점괘인 양 이야기하며 사람들을 현혹한다.   자기 내면을 탐색하지 않으면 내면이 썩어들어 간다. 가짜 도인은 마치 포장을 잘하였지만 언행에서 썩은 내가 진동한다. 참 도인은 내면이 생명수다. 그들이 하는 말은 사람들에게 생명을 준다. 가짜 도인은 내면이 썩은 물이다. 그들이 하는 말은 사람들을 병들게 한다. 가짜 도인은 심리적으로 빈곤한 사람들, 심각한 결핍 욕구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에게 도인이란 자리는 도를 닦는 자리가 아니라 생존수단이기에 속임수를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참 도인들은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들이다. 가짜 도인들은 부끄러움을 모른다. 참 도인들은 다른 사람들을 부끄럽게 하는 사람들이다. 가짜 도인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사람들이다. 참 도인들은 자신이 속물이라고 한다. 가짜 도인들은 자신이 천상계 사람이라고 한다.   가짜 도인들이 설치는 것은 사람들이 허상을 좇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의식이 깨어나지 않으면 가짜 도인들이 세상을 주물럭거리는 시대가 될 것이다. 홍성남 /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시론 정치판 도인 가짜 도인들 하위 욕구로 도인 열풍

2022-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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